조선학교 관계자, 학부형들이 화났다. 올해 4월부터 일본에서 실시될 '고교교육 무상화 법안'에 대해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북한납치문제담당장관이 "재일조선인 자녀들이 다니는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켜달라"고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문부과학성 장관에서 요청했기 때문이다. 2월 21일 일본 언론에 크게 소개된 이 발언을 접해들은 조선학교 관계자 및 학부형들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과 분노가 일었다고 한다. "정치인이, 그것도 내각의 중요한 포스트에 있는 각료가 조선학교라는 이름을 들이대며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국 헌법에도 명시돼 교육의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발상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25일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순언 학교법인 도쿄조선학원 이사장은 담화를 통해 위와 같이 말했다.
▲ 2월 25일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 급하게 정해진 기자회견임에도 불구하고 약 50여명의 일본 보도진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JPNews | | 그는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쿄조선학원은 학교교육을 통해 민족적 자각을 배양하고, 일본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해 갈 수 있도록 교육활동에 힘써왔다"며 "하토야마 내각의 누구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매니페스토(정권공약)는 물론 총리 자신의 정치적 사상인 '우애정신'에 상반되는 조치가 내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조선학교는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을 충실히 이행해 왔고 또 각급 지자체의 교육조례안을 지켜왔는데 갑작스레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신길웅 조선중고급학교 교장도 이만저만한 충격을 받은 게 아니라고 말한다. "작년(2009년) 일본 언론을 통해 조선학교도 고교교육 무상화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교직원들 학부형, 학생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주 일요일 조간신문에 우리 조선학교가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월요일 학교에 출근하니 학생들이 분노를 넘어 아예 허탈한 목소리로 '또 이렇게 나오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자기네들끼리 하토야마 총리에 편지를 쓰고 언론기관에 투서를 하겠다고 하더라. 최근 몇년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우리처럼 학생들의 수업료가 학교운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법인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만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하토야마 내각은 2010년 1월 28일 자신들이 내세운 선거공약에 따라 일본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수업료를 무상화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정권공약집에도 "그 누구라도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돼 있다. 고교교육 무상화는 이런 정권공약의 일환으로 실시된다. 조선고급학교를 비롯해 다른 외국인 학교들도 문부과학성이 지정하는 중등교육기관 인가를 받고 있으면 그 대상에 포함됐었다.
▲ 담담한 표정으로 담화를 읽어내려가는 김순언 학교법인도쿄조선학원 이사장 ©박철현/JPNews | | 하지만 20일 나카이 납치문제담당장관은 "총련 산하의 조선학교가 일본정부의 무상교육 대상 교육기관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문부과학성에 조선학교 제외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부과학성은 나카이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조선학교의 포함여부를 검토중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무부처인 문부과학성의 가와바타 대신이 "정치적 문제를 교육현장에 적용시켜서는 안된다"며 "지금 문부과학성이 검토하고 있는 것은 조선학교의 커리큘럼이 무상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커리큘럼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신 교장은 "조선고급학교의 커리큘럼은 문부과학성으로부터 받은 학습지도요령에 기초한 것으로 필수 과목은 전부 넣고 있다. 일본사도 세계사의 범주에 넣어서 가르치고 있다. 물론 서도(書道) 등 일본학교에서만 가르치는 과목은 커리큘럼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가와바타 대신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충분히 그 검토에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이 문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주무부처의 검토내용도 그렇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관계자들도 "(조선학교가) 최종적으로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어떤 행동을 펼 생각인가?"라는 <제이피뉴스>의 질문에 신 교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없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1월 시정연설을 통해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몇 번이고 언급했다.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 조선학교가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큰 상처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도쿄조선중고급학교에 다니고 있는 박사령 씨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차별을 받은 적이 없다. 대학입시문제도 거의 해결됐고, 스포츠는 전국대회에도 출장해 활약할 수 있게 됐으니까. 아이들도 차별을 모르게 됐는데 이번 문제로 인해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 박사령 씨의 아이는 "외국인 학교가 이렇게 많은데 왜 조선학교만 제외한다고 하는거야. 엄마 이거 차별 아냐? 왜 우리 학교만 이래야 해?"라고 물어왔다고 한다. 박사령 씨가 덧붙인다. "학부형들의 마음은 딱 하나다. 여기 계신 기자님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조국에 긍지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것을 훼방놓겠다는 것이 곧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김 이사장은 "조선학교는 조선국적을 지닌 아이들만 다닌다는 것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은 한국국적의 아이들도 많다"고 말한다. 그가 밝힌 재학생의 국적을 살펴보면 도쿄 전체 2000여명 가운데 조선국적이 950여명, 한국국적이 900명에 달한다. 나머지는 일본국적으로 약 100여명 정도다. "문부과학성 학습지도요령 기준에 맞추어 다양한 국적의 재일동포 아이들이 배우는 공간을 정치적 이유로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비상식적인 행위가 없기를 기대한다."(김순언 이사장)
▲ 왼쪽에서 두번째 마이크를 쥔 이가 신길웅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교장 ©박철현/JPNews | | 지금까지 일본의 각 공립고등학교 수업료는, 총무성의 지방교부세 산정기준에 따라 나온 기준액을 근거로 각 지자체가 설정해 왔다. 도쿄 도립고교의 경우 1년간 총납입액(입학시 평균치, 2008년 현재)은 128, 050엔으로 입학금 5,650엔, 수업료 122,400엔이다. 한편 사립고교의 경우 수업료, 입학금은 기본적으로 각 학교법인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08년 문부과학성의 보고서에 따르면 692,027엔(1년, 전국평균치)으로 수업료 323,652엔, 입학금 163,902엔, 각종 시설설비비가 181,829엔이다. 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는 사립학교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529,100엔(수업료 228,000엔, 입학금 50,000엔, 시설설비비 216,000엔, 그외 35,100엔)을 학생들로부터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동포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학교들 수준으로 책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언제라도 학교를 와 달라. 우리 학교가 과연 이상한 학교인지 아닌지 기자 여러분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달라. 그리고 의원님들도 꼭 와서 직접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시길 바란다. 그런 후에 과연 이 학교가 무상화 대상으로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 언제든지 대환영이다"라며 조선학교 방문을 오픈시키겠다는 생각도 전했다. 김 이사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재일동포 3, 4세 학생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고, 일본사회에서 앞으로 생활할 구성원이다. 북일간의 징검다리가 될 존재들이기도 하다. 일본과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 않기를 바란다."
▲ 급히 정해진 기자회견이었지만 NHK, TBS, TV아사히 등 방송국은 물론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교도통신 등이 대거 참가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산케이신문만 빼고 큰 데는 거의 다 왔다"면서 "날조보도를 일삼는 산케이의 취재는 기본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박철현/JPNews | | |